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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변화시킨 한 권의 책 '돈키호테'
이세국 2011-04-18 추천 1 댓글 1 조회 1141

나를 변화시킨 한 권의 책’  돈키호테

 

20110411() 10:43 [경산신문]

 

초등학교 4학년(당시는 국민학교) 때로 기억된다. 여름 한참 무더위가 심하여 피할 곳이라고는 삐거덕대는 선풍기 앞이 유일했으나 그곳은 이미 아버님께서 점령하시고 하는 수 없이 동네 아이들과 금호강 다리 밑으로 미역을 감으러 갔었다. 촌 동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그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하루 온종일 강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집 앞에 같은 반 여자 친구가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다. 웬일인가 싶었는데 생일선물이라며 포장된 것을 하나 주고는 뛰어가는 것이다.

일단 충격이었다. 선물이라고는 부모님 외에 한 번도 받아 본 기억이 없는 촌아이가 선물을 그것도 같은 반 여자친구에게 받았으니 신기하기도 놀랍기도 했다. 부리나케 방으로 뛰어가서 포장지를 뜯어보았더니 한 권의 책이었다.

책의 표지에는 굵고 큰 칼라글씨로 <돈키호테>라고 멋지게 인쇄되어 있었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저자 세르반테스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두 번째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그 때까지 내 앉은뱅이책상에 꽂혀있는 책이라고는 교과서와 전과가 전부였던 것이다. 촌놈의 머릿속에 교과서와 전과 말고도 책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왔고, 앉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하며 읽기 시작했다. 세 번째 충격이었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스페인의 라만차 마을에 케사더라는 노인이 중세의 기사 모험담에 매료되어 낡고 녹슨 갑옷을 차려 입고, 늙고 말라빠진 말 로시난테에 올라타는 모습이 눈에 선했고, 풍차를 거인으로 알고 덤볐다가 나가떨어지고, 여관을 성으로 착각하고 여관 주인에게 기사 작위를 받기도 하며, 죄 없는 시골 사람들을 적이며 마귀로 오인하고 덤벼드는 모습에서는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이 그를 오해해서 화를 내며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에서는 돈키호테가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게 그 밤에 한 권의 책을 다 읽었고, 그것은 멋진 첫 경험이었다. ‘한 권의 책을 하룻밤에 완독한 멋진 첫 경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어린 촌놈에게 감동 이상의 즐거움을 주었고, 촌아이의 마음에 중요한 생각을 새겼다. “책은 어떤 것보다 재미있는 것, 독서는 상상의 세계를 펼쳐주는 것그 때부터 책에 대한 목마름이 시작되었고, 책을 구하기 위한 순례가 시작되었다. 국민학교 교실 뒤편에 촌학교라고 서울의 국민학교에서 보내준 책들을 빌려다 읽었고, 부잣집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장식용으로 꽂아둔 책들을 잘난 척 하지 말라는 친구의 비꼬임을 이겨가며 60권짜리 위인전기를 다 빌려 읽었다. 그리고 청년이 되어서는 대구시내 헌책방을 다니면서 먼지를 털며 책을 구하여 읽었다.

책에 대한 목마름과 독서로 인한 행복누림은 한 권의 책 <돈키호테>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은 경산마가교회의 담임목사로, 아가페지역아동센터와 스토르게그룹홈 대표로, 아가페어린이문고 운영자로 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마치 돈키호테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책은 사람을 바꾸고, 사람은 세상을 바꾼다

 

이세국 아가페어린이문고 대표 (경산마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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